자유적금 이자가 표시 금리보다 적게 붙는 이유
만기가 되어 자유적금 계좌를 열어 보면 이자가 짐작보다 적습니다. 연 4%짜리 상품에 1년 동안 600만원을 넣었으니 24만원쯤 되겠거니 했는데 절반 남짓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상품에 같은 600만원을 넣은 사람끼리도 받는 금액이 서로 다릅니다. 금액이 같고 금리가 같고 만기도 같은데 결과가 갈리는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이자가 붙는 대상이 금액이 아니라 금액과 날짜의 곱이기 때문입니다.
1. 표시 금리가 붙는 원금과 기간
상품 옆에 적힌 연 4%는 어떤 돈에 붙는 비율이 아니라 어떤 자리에 붙는 비율입니다. 원금 하나가 1년을 꼬박 머무는 자리입니다.
두 상품은 이 자리를 채우는 방식이 다릅니다.
- 정기예금: 가입일에 목돈 전부가 들어가 만기까지 자리를 그대로 채우는 구조
- 자유적금: 넣는 금액도 날도 가입자가 정해 자리를 채운 정도가 사람마다 다른 구조
정기예금은 표시된 비율을 원금에 곱하면 답이 나오지만, 자유적금은 만기에 쌓인 원금이 같아도 이자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자유적금에도 계약할 때 정하는 총 한도가 있습니다. 다만 그 한도는 넣을 수 있는 최대치를 정할 뿐, 언제까지 얼마를 넣겠다는 약속은 아닙니다. 금액과 날짜를 함께 약속하는 예금이나 정액적립식과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그래서 총 납입액에 표시 금리를 곱하는 계산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리를 전부 채웠다고 가정한 값이기 때문입니다. 그 값은 실제로 받을 이자가 아니라 자유적립식에서는 닿을 수 없는 천장에 가깝습니다.
2. 금액과 일수를 곱해 쌓는 단위
은행이 실제로 세는 것은 원금이 아니라 원금과 예치일수를 곱한 값입니다. 한 번 넣을 때마다 이 곱이 하나씩 생기고, 만기에 그것을 모두 더한 뒤 금리를 곱합니다.
세전 이자 = 금액과 예치일수를 곱해 더한 값 × 연이율 ÷ 365
식의 분모가 365인 것은 표시 금리가 1년을 단위로 삼기 때문입니다. 넣은 날을 하루로 세는지 만기일 당일까지 세는지는 상품 약관이 정하고, 윤년이 낀 기간을 어떻게 다룰지도 상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계산 결과에서 원 단위 아래를 버리는 처리까지 들어가므로 인터넷 계산기의 값과 만기에 찍힌 금액이 몇백 원 어긋나는 일이 생깁니다.
이 식에서 금액과 날짜가 같은 무게를 가진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100만원을 365일 두는 것과 300만원을 122일 두는 것은 곱이 거의 같으므로 이자도 거의 같습니다. 금액이 세 배여도 기간이 3분의 1이면 결과는 제자리입니다.
자유적금에서 이 대칭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넣을 수 있는 금액에는 대개 월 한도가 걸려 있어 마음대로 키울 수 없습니다. 반면 넣는 날짜에는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두 변수 가운데 하나는 막혀 있고 하나는 열려 있는 셈입니다.
바꿀 수 있는 쪽이 날짜뿐이라면, 이자를 정하는 것도 결국 날짜입니다.
3. 같은 달 안에서도 갈리는 예치일수
날짜의 영향은 달 단위가 아니라 하루 단위로 나타납니다. 자유적금에는 회차라는 개념이 없어 납입일부터 만기일까지의 실제 일수를 그대로 셉니다.
1월에 넣기로 한 50만원을 1일에 넣는 것과 28일에 넣는 것은 같은 달의 납입이지만 예치일수가 27일 차이 납니다. 한 번이면 작은 차이인데 열두 달을 같은 습관으로 반복하면 사라지는 날이 쌓입니다.
사라지는 예치일수 = 27일 × 12회 = 324일
50만원 기준으로 이 324일은 연 4%에서 1만7천원가량입니다. 금리를 조금 더 주는 상품을 찾느라 들이는 수고에 견주면 자동이체일을 월초로 당기는 편이 간단합니다.
반대 방향의 함정도 있습니다. 만기가 가까워졌을 때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한 것이 아까워 급하게 넣는 경우입니다. 만기 열흘 전에 넣은 돈은 열흘치 이자만 만듭니다. 원금은 그대로 돌려받으니 손해는 아니지만, 그 돈을 다른 자리에 두었다면 얻었을 이자와 견주어야 계산이 맞습니다.
계좌를 먼저 열고 납입을 미루는 경우도 같습니다. 자유적금의 만기일은 가입일을 기준으로 정해지므로, 첫 납입을 늦춰도 만기가 뒤로 밀리지는 않습니다. 통장을 만든 날과 돈을 넣은 날이 멀어질수록 채우지 못한 자리만 커집니다.
월 납입한도는 그래서 두 번 작동합니다. 한 번에 넣을 금액을 묶고, 그 결과로 예치일수를 늘릴 여지까지 함께 묶습니다. 한도가 월 50만원인 상품에서는 가입 첫날 600만원을 밀어 넣어 전액을 365일 두는 일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자유적금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에는 상품이 정한 상한이 처음부터 걸려 있는 셈입니다.
4. 앞에 넣을 때와 뒤에 넣을 때
같은 총액을 언제 넣느냐만 바꿔 보면 폭이 드러납니다. 아래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며 만기 365일, 연 4%, 총 납입액 600만원, 월 납입한도 100만원을 전제로 합니다.
가입 첫 여섯 달 동안 매달 1일에 100만원씩 여섯 번 넣으면 각 납입액의 예치일수는 365일부터 214일까지이고 그 합은 1,739일입니다.
세전 이자 = 100만원 × 4% × 1,739 ÷ 365 = 19만원
같은 600만원을 열두 달에 걸쳐 매달 1일 50만원씩 나누어 넣으면 예치일수의 합은 2,382일이 됩니다. 횟수는 두 배지만 한 번에 들어가는 금액이 절반입니다.
세전 이자 = 50만원 × 4% × 2,382 ÷ 365 = 13만원
여유가 생길 때마다 넣다가 후반 여섯 달에 100만원씩 여섯 번을 채웠다면 예치일수의 합은 643일로 줄어듭니다.
세전 이자 = 100만원 × 4% × 643 ÷ 365 = 7만원
19만원과 13만원과 7만원입니다. 넣은 돈도 같고 금리도 같고 만기도 같은데 결과는 세 배 가까이 벌어집니다. 표시 금리를 총액에 곱한 24만원은 세 경우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같은 값을 평균으로 옮겨 보면 더 분명합니다. 앞쪽에 채운 경우의 평균 예치일수는 290일에 가까워 1년의 5분의 4를 채웁니다. 고르게 나눈 경우는 199일로 절반을 조금 넘고, 뒤쪽에 몰아넣은 경우는 107일로 10분의 3에 못 미칩니다.
셋을 가른 것은 상품 선택이 아니라 납입 순서입니다. 자유적금에서는 어느 상품에 드느냐와 언제 넣느냐가 비슷한 무게를 가집니다.
5. 정액적립식의 약정일과 선납이연
자유적립식의 결과가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자유의 대가입니다. 같은 적금이라도 정액적립식은 그 흔들림을 미리 없애 둔 상품입니다.
정액적립식
- 납입 금액: 계약할 때 정한 금액으로 고정
- 납입 날짜: 매월 같은 약정일
- 예치일수: 가입 시점에 이미 확정
- 늦게 넣었을 때: 지연 일수만큼 이자에서 차감
- 미리 넣었을 때: 선납이연으로 지연분과 상계 가능
자유적립식
- 납입 금액: 월 한도 안에서 넣을 때마다 결정
- 납입 날짜: 정해진 날 없이 수시로 선택
- 예치일수: 실제로 넣은 날에 따라 사후 확정
- 늦게 넣었을 때: 늦은 만큼 예치일수만 짧아짐
- 미리 넣었을 때: 상계할 회차가 없어 그대로 이자 증가
정액적립식은 약속을 지키는 대가로 예측을 줍니다. 가입할 때 만기 이자를 계산해 둘 수 있고, 약속을 어기면 어긴 만큼 깎입니다. 선납과 지연을 서로 맞바꿔 주는 장치도 회차가 있기에 성립합니다.
자유적립식에는 어길 약속이 없는 대신 미리 계산해 둘 값도 없습니다. 만기 이자는 마지막 납입이 끝난 뒤에야 확정됩니다.
두 상품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먼저 물어볼 것은 금리가 아닙니다. 매달 같은 금액을 같은 날 넣을 수 있는지입니다. 그럴 수 있다면 정액적립식이 대신 지켜 주고, 그럴 수 없다면 자유적립식이 대신 열어 둡니다.
6. 표시 금리와 체감 수익률 사이
마지막으로 세금이 남습니다. 이자소득에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해 15.4%가 원천징수되므로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계산한 이자보다 작습니다.
실제로 손에 남은 비율은 표시 금리가 아니라 다음 값입니다.
체감 수익률 = 세후 이자 ÷ 총 납입원금
앞의 세 경우를 넣어 보면 표시된 4%와의 거리가 보입니다. 앞쪽에 채운 경우의 세후 이자는 약 16만원이므로 체감 수익률은 2.7% 남짓이고, 고르게 나눈 경우는 약 1.8%, 뒤쪽에 몰아넣은 경우는 1% 언저리입니다.
세 값을 만드는 구조는 하나의 관계로 정리됩니다.
체감 수익률 = 표시 금리 × 평균 예치일수 ÷ 365 × (1 − 세율)
오른쪽 세 항 가운데 표시 금리는 상품이 정하고 세율은 법이 정합니다. 가입자에게 남는 항은 평균 예치일수 하나뿐입니다.
자유적금의 표시 금리는 부풀린 숫자가 아닙니다. 자리 하나를 1년 채웠을 때의 값이고, 그 자리를 얼마나 채울지는 넣는 사람이 정합니다. 만기일을 먼저 확인하고 남은 날짜를 센 다음 첫 납입을 하면, 상품을 바꾸지 않고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