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군복무·실업 크레딧으로 채워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국민연금은 낸 보험료의 총액만으로 연금액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몇 달을 가입자로 있었는지가 함께 곱해집니다. 그래서 보험료를 낼 수 없었던 구간이 길수록 노후에 받을 금액이 줄어듭니다. 아이를 낳아 일을 쉬었던 시기, 군에 있던 시기, 실직해 소득이 끊겼던 시기가 그런 구간입니다. 국민연금에는 이 세 구간을 가입기간으로 메워 주는 장치가 있고 크레딧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세 가지가 붙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가만히 있어도 붙는 것이 있고 신청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1. 가입기간이 연금액에 닿는 두 경로
가입기간은 두 곳에서 연금액에 닿습니다.
- 받을 자격: 가입기간 10년이라는 문턱
- 받을 금액: 문턱을 넘긴 뒤 개월 수와 그 개월에 매겨진 소득
노령연금은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받습니다. 9년 11개월에서 멈추면 연금이 아니라 반환일시금으로 정산됩니다. 크레딧이 이 문턱을 넘겨 주는지가 첫 번째 쟁점입니다.
문턱을 넘긴 뒤에는 개월 수가 금액을 밀어 올립니다. 기본연금액은 다음 구조로 계산합니다.
기본연금액 = 비례상수 × (A값 + B값) × (1 + 0.05 × 20년 초과 가입연수)
A값은 연금을 받기 직전 3년간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평균이고, B값은 본인이 가입해 있던 기간의 기준소득월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평균한 값입니다. 20년을 넘는 가입기간은 1년마다 5%씩 더 붙습니다.
여기서 크레딧을 볼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 나옵니다. 크레딧은 개월 수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 개월에 소득도 함께 매깁니다. 그 소득이 B값 평균에 섞여 들어갑니다. 붙는 개월 수가 같아도 매겨지는 소득이 다르면 연금액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집니다.
보험료를 내지 않고 기간을 인정하는 만큼 그 재원은 다른 곳에서 나옵니다.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은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고, 실업크레딧은 국가와 본인이 나누어 냅니다. 누가 돈을 대는지가 뒤에서 신청 절차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2. 자녀 수를 따라 붙는 개월 수
출산크레딧은 자녀를 낳거나 입양한 사람의 가입기간을 늘려 줍니다. 인정 개월 수는 자녀가 언제 태어났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2026년 1월 1일 이후 출생·입양
- 첫째 자녀: 12개월
- 둘째 자녀: 12개월
- 셋째 이후 자녀: 한 명당 18개월
- 합산 상한: 없음
2008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출생·입양
- 첫째 자녀: 인정하지 않음
- 둘째 자녀: 12개월
- 셋째 이후 자녀: 한 명당 18개월
- 합산 상한: 50개월
2026년부터 첫째 자녀가 인정 대상에 들어왔고 50개월이던 합산 상한이 없어졌습니다. 자녀가 넷 이상인 경우에는 이 상한 폐지가 개월 수를 크게 바꿉니다.
추가되는 기간의 소득은 A값 전액으로 봅니다.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으로 그 기간을 채워 준다는 뜻이라 크레딧 가운데 소득 인정 수준이 가장 높습니다.
부모가 모두 국민연금 가입자이면 두 사람 사이의 합의로 한쪽에 몰거나 나눌 수 있습니다. 합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균등하게 나눕니다. 어느 쪽에 붙이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연금액 합계가 달라질 수 있어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자녀가 여럿이면 출생 시기가 기준선을 사이에 두고 갈릴 수 있습니다. 2025년에 태어난 첫째와 2026년에 태어난 둘째가 있다면 첫째는 인정 대상이 아니고 둘째에만 12개월이 붙습니다. 두 자녀가 모두 2026년 이후에 태어났다면 첫째까지 인정돼 합계 24개월이 됩니다. 자녀 수만 세지 말고 자녀별 출생일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3. 복무 기간을 따라가는 6개월과 12개월
군복무크레딧은 2008년 1월 1일 이후 입대해 6개월 이상 복무한 사람이 대상입니다. 현역병, 사회복무요원, 전환복무자, 상근예비역 등이 들어갑니다.
인정 개월 수는 복무를 마친 시점으로 갈립니다. 2026년 1월 1일 전에 복무를 마쳤으면 6개월이고, 그 이후에 마쳤으면 실제 복무한 기간만큼 최대 12개월까지 인정합니다.
추가되는 기간의 소득은 A값의 2분의 1입니다. 출산크레딧과 달리 절반만 매겨지므로 같은 12개월이라도 연금액에 미치는 힘이 약합니다.
이미 다른 공적연금의 가입기간으로 들어간 복무 기간은 빠집니다. 같은 기간을 두 제도에서 함께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군복무 기간에는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낼 수 없습니다. 그 공백을 그대로 두면 같은 나이의 다른 가입자보다 가입기간이 짧아진 채로 노후를 맞습니다. 이 크레딧은 그 간격을 좁히는 데 목적이 있어서 인정 개월 수도 실제 복무한 기간을 넘지 않습니다.
이 크레딧은 따로 신청하는 절차가 없습니다. 노령연금을 청구할 때 공단이 병적 자료를 확인해 붙입니다.
4. 구직급여를 받는 동안 내는 4분의 1
실업크레딧은 앞의 두 가지와 성격이 다릅니다. 보험료를 실제로 내고, 그중 일부를 본인이 부담합니다.
구직급여를 받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인 사람이 대상이고, 인정 기간은 생애를 통틀어 최대 12개월입니다.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소득은 실직 직전 소득을 그대로 쓰지 않고 절반으로 낮춰 잡습니다.
인정소득 = 실직 전 3개월 평균소득 × 50%, 상한 70만원
이 인정소득에 그해 보험료율을 곱해 보험료를 구하고, 그 가운데 4분의 3을 국가가 지원하고 4분의 1을 본인이 냅니다. 2026년 보험료율 9.5%를 적용해 인정소득이 상한에 걸린 경우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월 보험료 = 70만원 × 9.5% = 66,500원
본인 부담 = 66,500원 × 25% = 16,625원
재산과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대상에서 빠집니다.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가 6억원을 넘거나,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을 뺀 연간 종합소득이 1,680만원을 넘는 경우입니다.
인정소득이 낮게 잡히므로 이 기간이 연금액을 크게 올려 주지는 않습니다. 상한에 걸리면 월 70만원이 기준이 되는데 대체로 실직 전 소득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럼에도 신청할 이유는 금액이 아니라 기간에 있습니다. 납부가 끊긴 달은 가입기간에서 빠지고, 그만큼 10년 문턱과 20년 초과 가산에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구직급여를 받는 동안 고용센터나 공단 지사에 신청해야 하고, 정해진 기한을 넘기면 그 실업 기간은 되살릴 수 없습니다.
5. 세 크레딧이 갈리는 지점
세 가지는 이름만 같을 뿐 붙는 시점과 부담이 다릅니다. 이 차이가 실제 수령액과 신청 부담을 가릅니다.
출산크레딧과 군복무크레딧
- 보험료: 내지 않음
- 가입기간에 얹히는 시점: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할 때
- 신청: 공단이 확인해 산입
- 장애연금 산정: 반영하지 않음
- 인정소득: A값 전액 또는 A값의 2분의 1
실업크레딧
- 보험료: 4분의 1을 본인이 부담
- 가입기간에 얹히는 시점: 보험료를 낸 달
- 신청: 본인이 직접 신청
- 장애연금 산정: 반영함
- 인정소득: 실직 전 평균소득의 절반
실업크레딧은 낸 달에 바로 가입기간이 됩니다. 그래서 그 뒤에 장애를 입거나 사망해 다른 급여를 받게 되는 경우에도 그 기간이 함께 계산됩니다.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은 그렇지 않습니다.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하는 시점에 얹히므로 가입 중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어 받는 급여의 산정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만 노령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해 유족연금이 나오는 경우에는 이미 크레딧이 반영된 기본연금액이 기준이 됩니다.
6. 열 해를 채우는 데 쓰이는지
크레딧이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우는 데 쓰이는지는 자주 헷갈리는 대목입니다.
법은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을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한 때 산입한다고 정하면서, 가입기간을 추가로 산입해야 비로소 수급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시켰습니다. 9년 6개월에서 멈춘 사람이 군복무 6개월을 더해 10년을 채우고 노령연금을 받는 길이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붙는 개월 수를 본인이 늘릴 수는 없습니다. 자녀 수와 복무 기간이 이미 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가운데 본인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실업크레딧 하나뿐입니다. 구직급여를 받는 동안 신청서를 내고 보험료의 4분의 1을 부담하는 결정만 남아 있습니다.
남은 기간이 크레딧으로도 채워지지 않으면 그때는 추납이나 임의계속가입처럼 본인이 보험료를 내는 방법을 따져 보게 됩니다. 크레딧은 요건이 맞으면 주어지는 것이고, 그 방법들은 본인이 돈을 넣어 기간을 사는 것이라 성격이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개월 수만 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군복무 12개월은 A값의 절반이 매겨진 12개월이고, 출산 12개월은 A값 전액이 매겨진 12개월이며, 실업 12개월은 실직 전 소득의 절반이 매겨진 12개월입니다. 같은 숫자가 같은 크기의 연금을 만들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