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과 계좌통합관리, 조회만 되는 쪽과 해지까지 되는 쪽



은행 앱 하나에서 다른 은행 잔액이 다 보이니까 계좌 정리도 거기서 되는 줄 알기 쉽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래전에 만든 계좌를 없애려고 하면 그 은행 앱을 따로 깔거나 지점을 찾아가라는 안내를 받습니다. 여러 계좌를 한자리에서 다루는 제도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고, 둘이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어디까지 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1. 흩어진 계좌를 다루는 두 갈래

계좌가 여러 곳에 흩어지는 것은 대부분 의도한 결과가 아닙니다. 급여 계좌, 대출을 받으며 만든 계좌, 청약을 넣으려고 만든 계좌, 이벤트 때문에 만든 계좌가 쌓입니다.

이걸 한자리에서 보게 해 주는 장치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오픈뱅킹이고 다른 하나는 계좌정보통합관리입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이지만 만들어진 목적이 다릅니다. 오픈뱅킹은 평소에 돈을 옮기고 쓰기 위한 것이고, 계좌정보통합관리는 가지고 있는 계좌를 파악하고 정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운영 주체는 같습니다. 둘 다 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쓰는 결제망 위에 올라가 있어서 조회되는 정보의 출처가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것은 그 정보를 어디까지 다룰 수 있게 열어 뒀느냐입니다.

이 차이가 실제로 갈리는 지점이 계좌 해지입니다. 매일 쓰는 쪽에서는 해지가 안 되고, 잘 안 쓰는 쪽에서 해지가 됩니다. 알아 두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오픈뱅킹이 하는 일

오픈뱅킹은 금융회사끼리 계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연결한 공동망입니다. 한 곳의 앱에 다른 곳의 계좌를 등록해 두면 그 앱에서 조회와 이체가 됩니다.

조회

등록한 계좌의 잔액과 거래 내역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은행을 각각 열어 보지 않아도 되니 잔액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 편합니다.

다만 보이는 것은 등록한 계좌뿐입니다. 등록하지 않은 계좌는 없는 것처럼 보이고, 오래전에 만들어 잊고 있던 계좌는 애초에 등록할 생각을 못 합니다.

이체

등록한 계좌에서 돈을 출금해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잔액을 한 계좌로 모으거나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데 씁니다.

이체 한도가 따로 걸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록한 계좌에서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금액이나 하루 합계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큰 금액을 옮길 때는 미리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여기가 오픈뱅킹의 핵심입니다. 원래 이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가 결제와 송금의 편의였고, 조회는 그것을 위한 앞단계에 가깝습니다.

3. 계좌통합관리가 하는 일

계좌정보통합관리는 성격이 다릅니다. 등록해 둔 것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명의로 열려 있는 계좌를 한 번에 찾아 줍니다.

찾아 주는 범위가 넓습니다. 은행 계좌만이 아니라 다음이 함께 조회됩니다.

  • 증권사에 개설된 계좌
  • 보험 계약과 숨은 보험금
  • 카드 발급 내역과 포인트
  • 대출 잔액과 만기
  • 자동이체와 자동납부 등록 내역

조회에 등록 절차가 필요 없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본인 인증만 하면 명의로 열려 있는 것을 기관이 찾아 주므로,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계좌도 목록에 올라옵니다. 오픈뱅킹은 기억하고 있는 계좌만 등록할 수 있으니 잊은 계좌는 끝까지 안 보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결과가 놀랄 만한 경우가 많습니다. 십 년 전 첫 직장에서 만든 계좌, 대학 때 만든 증권 계좌처럼 존재 자체를 잊고 있던 것들이 목록에 뜹니다.

4. 조회만 되는 쪽과 해지까지 되는 쪽

두 제도의 기능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갈립니다.

오픈뱅킹에서 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회: 앱에 등록한 계좌의 잔액과 내역
  • 이체: 등록한 계좌에서 출금해 송금
  • 정리: 앱에서 등록을 해제하는 것까지

계좌정보통합관리에서 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회: 명의로 열려 있는 계좌 전체
  • 이전: 조건에 맞는 계좌의 잔고를 지정 계좌로
  • 정리: 그 계좌 자체를 해지하는 것까지

오픈뱅킹의 정리는 연결을 끊는 것입니다. 앱에서 등록을 해제해도 그 계좌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화면에서 사라졌을 뿐이라 정리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계좌정보통합관리의 정리는 계좌를 없애는 것입니다. 잔고를 다른 계좌로 옮기고 그 계좌를 닫는 절차까지 한 화면에서 진행됩니다.

둘을 배타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의 이체는 오픈뱅킹으로 하고 계좌를 정리할 때만 통합관리 쪽을 여는 식으로 나눠 쓰면 됩니다. 정리는 자주 할 일이 아니므로 일 년에 한 번 정도 목록을 뽑아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5. 정리 대상이 되는 계좌의 조건

모든 계좌를 온라인으로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건이 붙습니다.

잔고가 적어야 하고 오랫동안 거래가 없어야 합니다. 잔고가 크거나 최근까지 쓰던 계좌는 온라인 해지 대상에서 빠지며, 해당 금융회사를 통해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기준 금액과 기간은 정책에 따라 조정되므로 서비스 화면에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목록에 뜨는 계좌 중 해지 버튼이 활성화된 것만 대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조건이 있는 이유는 착오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잔고가 큰 계좌를 몇 번의 클릭으로 닫을 수 있게 하면 실수나 도용으로 인한 피해가 커집니다. 안 쓰는 소액 계좌만 열어 둔 것은 그래서입니다.

계좌가 지급정지되어 있거나 압류가 걸린 경우도 해지되지 않습니다. 이런 계좌는 목록에 뜨더라도 처리가 막혀 있으며, 왜 막혔는지부터 해당 금융회사에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오래 방치돼 예금이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 경우는 또 다른 절차를 따릅니다. 그 단계에 들어가면 해지가 아니라 청구의 문제가 됩니다.

자동납부는 자동이체와 구분됩니다. 내가 걸어 둔 정기 이체가 자동이체라면, 통신사나 카드사가 요청해 빠져나가는 것이 자동납부입니다. 조회되는 화면이 다를 수 있으니 두 목록을 모두 확인해야 빠뜨리지 않습니다.

6. 잔고 이전과 해지의 순서

정리는 잔고를 먼저 옮기고 계좌를 닫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잔고를 받을 계좌를 하나 지정합니다. 주로 쓰는 계좌를 지정하면 흩어진 돈이 그리로 모입니다. 몇천원씩 남은 계좌가 열 개면 합쳐서 의미 있는 금액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받을 계좌는 앞으로도 계속 쓸 곳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려고 연 화면에서 곧 닫을 계좌를 받을 곳으로 지정하면 같은 일을 두 번 하게 됩니다.

옮길 때 수수료가 붙는지 확인합니다. 서민금융 지원 목적으로 기부를 선택할 수 있는 안내가 함께 나오기도 하는데, 선택 사항이므로 원하지 않으면 본인 계좌로 받으면 됩니다.

이전이 끝나면 계좌가 해지됩니다. 해지된 계좌는 되살릴 수 없으므로 다시 만들려면 신규 개설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모든 계좌를 한 번에 처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목록에서 확실히 안 쓰는 것부터 골라 닫고 애매한 것은 남겨 두면 됩니다. 판단이 서지 않는 계좌를 서둘러 닫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편의 손해가 작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계좌번호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오래 쓴 계좌번호를 어딘가에 알려 뒀다면 그리로 들어오는 돈이 반송됩니다.

7. 정리 전에 확인할 것

닫기 전에 걸린 것이 없는지 봐야 합니다.

자동이체가 걸려 있는지 확인합니다. 통신비, 보험료, 관리비처럼 매달 빠져나가는 것이 그 계좌에 물려 있으면 해지 후 미납이 발생합니다. 자동이체 등록 내역은 같은 서비스에서 조회되며 출금 계좌를 다른 곳으로 바꾼 뒤에 해지하면 됩니다.

급여나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는지 봅니다. 지급하는 쪽에 계좌 변경을 알리지 않고 닫으면 지급이 지연됩니다.

장기간 유지해야 조건을 채우는 상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잔고가 거의 없어 안 쓰는 계좌처럼 보여도 계좌를 연 날짜부터 기간이 쌓이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상품 이름을 보고 판단이 서지 않으면 닫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제 혜택이 붙은 계좌인지 확인합니다. 청약 관련 계좌나 비과세 요건이 걸린 계좌는 잔고가 적더라도 유지 기간 자체가 자격의 일부인 경우가 있습니다. 잔고만 보고 닫으면 그동안 쌓은 기간이 없어집니다.

증권 계좌는 잔고가 0원으로 보여도 남은 주식이나 배당금이 있을 수 있으니 따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본인이 아닌 사람의 계좌는 이 절차로 다룰 수 없습니다. 가족의 계좌를 대신 정리하려면 별도의 제도와 서류가 필요하고, 사망한 분의 계좌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절차입니다.

정리 자체보다 정리 전 확인이 중요한 작업입니다. 목록을 뽑는 데는 몇 분이면 되지만 무엇이 걸려 있는지 보는 데는 그보다 시간을 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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